시각장애인 단체가 지난 4일 활동지원금 환수 경고를 받은 뒤 자살한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죽음을 추모하며 장애인 활동 지원과 관련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24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대한안마사협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고 장성일 열사 추모 및 시각장애인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장애인 활동지원사 제도의 불합리성을 호소하며 숨진 시각장애인 안마사 고(故) 장성일씨를 추모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 강원도, 인천,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2500명이 현장에 모였다. 단체는 "현행 장애인 활동 지원 제도는 시각장애인들의 요구와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자립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며 "국민을 지키고 아울러야 할 정부가 장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토로했다.
단체에 따르면 후천적 시각장애인인 장씨는 경기 의정부에서 5년간 안마원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다가 지난달 의정부시의 감사 후 이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에서 장씨에게 그동안 생업에 활동지원사를 이용한 것이 부정수급에 해당한다며 그간 받은 활동 보조금 2억원을 환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현행 '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은 수급자 또는 그 가족의 직장 등에서 생업을 지원하는 활동 보조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최의호 대한안마사협회 중앙회장은 "그에게 돌아온 현실은 열심히 살아온 가장으로서 삶이 부정당하고 한순간에 부정수급자로 내몰리며 2억원의 환수금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통보였다"며 "불합리한 제도와 강압적인 공권력으로 무참하게 짓밟혀버린 우리 사회가 만든 살인"이라고 토로했다.
김영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은 "현실에 맞지 않는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와 고압적인 행정으로 인해 장성일님이 필요했던 지원은 부정수급이라는 낙인이 되어 돌아왔다"며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16조를 즉각 개정해 신체 활동, 가사 활동 및 이동 보조로 국한된 활동 보조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고인에 대한 당국의 사과, 장애인 활동 보조 범위 확대, 안마사들의 근로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시각장애인인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집회에서 "정보에 취약한 시각장애인과 원활한 소통도 없는 일방적인 통보와 의정부시의 고압적 태도로 고인이 세상을 떠났다"며 "보건복지부와 의정부시는 유가족과 250만 시각장애인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